Jasmine's VIRGINIA

[미국출산] 유도분만 성공기 - 2편 (유도분만 디데이)

Andso 2022. 11. 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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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산부인과마다 유도분만 방식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떤 곳은 유도분만제를 투여하고 진행 경과가 느리면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오도록 하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오전 8시에 입원해서 바로 유도분만을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대망의 유도분만 디데이. 유도분만의 경우 분만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고가야 할 것 같았으나.. 냉장고에 남은 반찬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계란후라이랑 햇반을 데워서 간장계란밥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남은 햇반이 부족해서 남편은 시리얼로 대충 때웠다ㅎㅎ). 며칠간 집을 떠나있을 예정이라 냉장고를 열심히 비웠더니 출산 당일 먹을게 남아있지 않았다는;;

병원에 도착하니 정말 일사천리로 유도분만 준비가 시작되었다.

1. 아기를 낳게 될 분만실로 안내

말로만 듣던 분만실로 드디어 입장했다. 한켠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올려두는 받침대 같은 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걸 보니 정말 곧 아기가 태어난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분만실에 누우니 갑자기 환자가 된 느낌
거대한 물병. 애낳으라 고생하니깐 시원한 얼음물을 준다.ㅎㅎ 한국에선 상상할수 없는 일ㅋㅋ
분만의 순간을 담기 위해 카메라도 챙겨갔다.


2. 내진 + 벌룬(balloon) 삽입 + 피토신 투여 시작

오전 9시경 간호사와 미드와이프가 들어와서 유도분만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우선 내진을 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자궁문이 1cm 이상 열려있다고 했다..!! 며칠간 막달 골반여는 운동을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자궁문이 꽉 닫힌건 아니니 유도분만 성공 가능성이 클거란 희망이 생겼다.

우선 피토신, 에피듀럴, 수액 등 각종 약물을 투여할 주사바늘을 왼쪽 팔목에 꽂았다. 내 몸에 주사바늘이 들어오고 각종 수액이 주렁주렁 걸리니 갑자기 환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전 9시 30분경 유도분만 첫 단계로, 벌룬을 넣어서 자궁문이 3~4cm정도까지 더 열리도록 한다고 했다. 4cm 정도가 되면 벌룬이 저절로 빠진다고 한다. 이어서 피토신을 투여하기 시작했는데 "2"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린다고 했다(최대치가 "20"). 피토신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조금씩 자궁 수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 짐볼을 타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 한번 짐볼에 앉아보았다. 벌룬을 낀 상태에서 짐볼을 타는게 영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짐볼에 앉아보니 웬걸, 너무나 편했다. 짐볼에 앉으니 통증이 훨씬 절감되는 느낌이었다. 이때부터 짐볼을 끊임없이 탔다는 후문ㅎㅎ 거의 출산 전 과정을 짐볼 위에서 한 것 같다^^;

3. 벌룬 빠짐 + 피토신 강도 높이기

짐볼도 열심히 타고 화장실에서 소변도 보고 오니 벌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점점 피토신 강도를 올려서 "4" "6" "8"까지 갔다. 맘똑티비에서 공부한 호흡법을 열심히 따라하면서 진통을 견뎌내보았다. 자궁 수축이 2~3분 간격으로 와서 힘들긴 했지만 그때마다 호흡을 길고 크게 했더니 정말 참을만한 고통으로 느껴졌다. 진통 내내 호흡을 정말 많이 했더니 분만실 공기를 내가 다 빨아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ㅎㅎ

오후 1시 10분쯤 간호사가 들어와서 확인해주었는데 드디어 벌룬이 쏙 빠졌다.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4cm 열렸다고 했다.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잘하면 오늘 중에 아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양수 터뜨림..!

간호사가 피토신 강도를 더 올릴지 물어보았는데 진통 강도가 더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급 무서워졌다. 일단 "8" 정도로 유지해달라고 했다. 오후 2시경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진을 해보았는데 자궁문이 아직 4~5cm 정도에 머물러있다고, 진행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양수를 터뜨릴거라고 했다. 긴 막대기 같은 걸 가져와서 양수를 터뜨렸더니 뜨거운 물 같은게 흐르는게 느껴졌다..! 이제 정말 출산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실감이 확 났다. (이 전까지만 해도 메모장에 시간을 하나하나 기록했는데 이때부턴 타임라인 기록할 정신도 없어짐.ㅎㅎ)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수액으로 진통제도 같이 투여했던 것 같다.

오후 3시 반경 나를 담당해준 간호사분이 퇴근시간이 되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처음 분만실 들어와서 만난 순간부터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몇 시간 사이에 정이 든 것 같았다. 매 순간마다 산모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정말 배려깊게 대해주는 게 느껴졌다.

5. 피토신 강도 높이기 + 에피듀럴 투여

피토신 강도를 점점 높이면서 에피듀럴도 함께 투여했다. 에피듀럴을 맞고 나니 정말 통증이 싹 없어져서 한결 살만해졌다. 왼쪽 신장 쪽에선 계속 통증이 약간 남아있었는데 수축이 올 때마다 왼쪽 신장 부분만 계속 아팠다.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니 몸을 왼쪽으로 돌려서 에피듀럴이 왼쪽으로 더 들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주었으나 별 차도가 있진 않았다. 소변줄을 연결하고 소변을 빼내니 아픈게 싹 가셨는데 아마 소면이 꽉 차 있어서 통증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소변까지 빼내고 나니 정말 에피듀럴 천국..!

6. 오후 6시 30분경 드디어 분만 시작

내진 결과 자궁문이 9cm 이상 열려서 분만 준비가 되었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분만에 필요한 각종 의료기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도분만은 보통 2박 3일 일정이라고 들어서 20일은 되어야 아기를 만나겠구나 하며 병원에 왓는데 진행 속도가 정말 빨라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제 몇 번의 푸쉬만 하면 아가를 만나겠구나! 했는데 의사, 간호사분께 물어보니 사람마다 다르지만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여기까지 잘 왔으니 최대한 힘을 잘 줘서 빨리 분만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의사, 간호사분들 4~5명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몸을 잡아주면서, 어디어디에 힘을 주라고 알려줬다. 에피듀럴 효과 때문에 하체에 통증이 전혀 안느껴지기 때문에 힘을 주라는 곳에 잘 힘을 줘야 한다. 처음에 계속 "good job~"을 외치길래 나는 애가 벌써 머리가 보이나보다 했다.ㅎㅎ 한참을 해도 분만이 끝나지 않길래 어떤 방식으로 애기가 나오는지 물어봤다. 지금 하는 건 애기가 산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나올 준비를 시키는 거라고 했다. (진작 이야기해주지..ㅎㅎ)

분만 과정 내내 의사, 간호사분들이 미국인 특유의 리액션으로 정말 열심히 응원을 해줬다. 나도 응원에 힘입어(?) 정말 열심히 힘을 줬고 2시간 그렇게 힘을 준 결과 마침내 애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서 오후 8:45 아기가 태어났다!!

아가야 안녕!
탯줄자른 직후!
늠름한 표정의 우리 아가


* 분만 방법은 맘똑티비에서 본게 정말 도움이 되었다. 여기 병원에서도 진통이 온다는 신호가 오면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10초간 머금고 있다가 후~ 내쉬면서 있는 힘껏 힘을 주라고 했다.

** 분만 중간에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까지 잘 왔는데 애쓴게 물거품이 되는건가 싶었는데 정말 믿음직스러운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애기를 돌려주셨다.. 한번 돌렸는데 애기가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버려서 두번 돌렸다는. 두번째는 애기 방향을 돌린 다음 그 상태에서 힘을 주게 해서 그 뒤론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고정이 되었다.

*** 말로만 듣던 거울 보고 분만하기!를 해보았다. 에피듀럴 때문에 힘주는 곳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거울을 보니 훨씬 집중(?)이 잘 되었다.ㅎㅎ 분만 2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거울을 보고 해보겠냐고 해서 일단 try는 해보겠다고 했는데, 막상 거울이 오니 정말 어떻게 어디로 힘을 줘야 하는지 느낌이 딱 왔다. 나중에는 내가 더 먼저 거울좀 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분만이 끝나고 아기와 skin to skin을 하는 순간... 정말 작고 꼬물거리는 생명체가 내 몸에 얹혀지는 느낌이 너무 신기하고도 감격스러웠다.. 무사히 잘 태어나주어서 애기한테도 너무 고마웠다. 아기 낳기까지 꼬박 10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간것 같다. (모자동실 2박3일 후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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