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백일이라고 해도 백일상을 차리고 사진만 찍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처음엔 간소하게 백일상만 차려보려 했는데,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만나게 된 이웃들과 추억을 소소하게라도 남겨보고 싶어서 잔치란걸 준비하게 되었다.
미국에선 직장 동료 등이 아기를 낳으면 meal train 이라고 해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문화가 있다. 우리도 남편 학교 동료분들이 거의 열흘 내내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셔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었다(양도 정말 많고,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full course로 보내준다.. Meal train 이야기는 별도로 한번 써봐야겠다). 언젠가 한번 한국 음식을 해서 초대하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태오 백일을 겸해 자그마하게라도 잔치를 열어보기로 했다.
잔치를 하겠다고 판을 벌려놓으니 갑자기 막막함이 찾아왔다. 파티에 진심인 미국인들을 잔뜩 초대했는데 기대에 못미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때문에 2주 정도 내내 밤잠을 못이뤘다^^; 또 한국의 백일 문화를 기대하고 올텐데 백일상에 올릴 물건들을 다 어디서 조달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열심히 유튜브를 뒤져서 알아보니 다들 Etsy 라는 곳에서 백일상에 올릴 소품들을 사는 듯했다. 한국에선 정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것들도 미국이란 이유만으로 말도안되게 비쌌으나.. 그렇다고 내가 DIY로 만들 자신도 없기에 과감하게 주문을 했다.ㅎㅎ
나무 소반과 명주실 세트 $60, 아기 한복 $90, 백설기 모형 $18(개당 6불) 주문. 토퍼는 두꺼운 종이를 오려서 직접 만들었다.
떡(꿀떡, 수수팥떡)은 울타리몰에서 주문했다. 울타리몰은 169불 이상인가 주문하면 익일배송으로 보내준다. CA에서 하루만에 날아온 택배 보고 깜짝. 한국인에게 스피드는 생명ㅎㅎ
그 외에 꽃, 송편그릇 받침 등은 Target에서, 태오 알파벳은 Michaels에서 사서 모아두었던 것들이다. 어떤걸 사야 서로 잘 어울릴지 하나하나 고민해서 고르는게 정말 힘들었는데 또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외 파티 장식 하나하나 모두 손수 준비했다. 유튜브에 baby's first birthday party로 검색하니 여러 파티 고수들이 올려주신 영상들이 많았는데 풍선 가랜드 만드는게 생각보다 간단해보여서 용기있게 도전해봤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z3434wpmGIc
아마존에서 풍선을 색깔 맞춰서 세트로 판다. 아기 한복이 초록색이라 기본 색을 초록으로 맞춰보았다. 가랜드 만들 때 쓰는 구멍 끈을 따로 주문 했는데 그게 있으면 정말 쉽게 가랜드를 만들 수 있다. 풍선 불고 다 만드는데 한시간정도도 안걸린 것 같다. (자신감 생김ㅋㅋ)
그리고 컵케잌에도 아기 사진 미리 인화해서 장식. CVS에서 미리 인화해두고 마이클스에서 산 꼬치에 붙여줬다.
느낌가는대로 꽂아보았는데 나름대로 비주얼이 괜찮아서 뿌듯했다.. 파티에 온 꼬마손님들이 태오 사진 너무 좋아해서 몇개 가져갔다.
Party Starts Here 이라는 파티 가게에서 미리 풍선 주문해둔 걸 남편이 전날 픽업 해왔다. 아기 기린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작은 선물로 약과+절편을 준비.
파티 전날엔 우리 부부의 미국 은인이신 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열시간 동안이나 파티 준비를 도와주셨다.. 덕분에 음식 준비도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었다. 불고기, 떡볶이, 떡갈비를 메인으로, 새우칵테일, 치킨롤을 에피타이저로 준비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우린 한국에서 파티 준비란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정말 용감하게 일을 벌릴 수 있었다.. 만약 유경험자였다면 두번정도 더 고민하고 파티를 열지 말지 결정했을 거다. 일단 백일상 차리는 것부터, 장소 꾸미기, 소품 구입하기, 음식 재료 준비하기, 식기류 준비하기 등등 정말 손이 많이 가는게 파티란걸,, 깨달았다. 우리가 그간 미국에서 초대받아 다녀온 수많은 파티들은 누군가의 정성과 노고의 결과물이란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2주 내내 사부작 사부작 많은 걸 모으고 준비했구나 싶다. 한국에서 백일을 맞이했더라면 좀더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겠지만, 하나하나 고민하고 정성을 담아 준비하다보니 정말 오랫동안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백일잔치 내내 울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컨디션 최고로 있어준 우리 아기. 타지에서 태어나 크느라 엄마아빠가 못해주는 것도 많은데 별탈없이 무럭무럭 쑥쑥 커주고 있어서 더 바랄게 없는 우리 아들..🥹 이제 태오 없는 우리 일상은 상상이 안된다. 너무 사랑하는 우리 아들, 백일 동안 크느라 고생했고 한국 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재미난 추억 많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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